검색포털에 ‘전력예비율’을 치면 현재 상태의 예비전력이 나옵니다. 만kWh 단위로 표시되며 500만 미만은 정상, 준비, 400만 미만은 관심, 300만 미만은 주의, 200만 미만은 경계, 100만 미만은 심각입니다. 1만 kWh면 얼마나 되는 전력일까요? OECD 평균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9위로 전력을 많이 쓰는 나라입니다. 1년에 약 1200만 kWh를 쓴다고 하네요.
특히 이번 여름에는 더위가 심각해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그런데 에어컨의 전력 소비량과 전기세 때문에 논란이 많지요. 이제 곧 말복이 다가오는데, 에어컨을 기준으로 전력소비량을 생각해 볼까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용 전기보다 산업용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이 사실입니다. 냉각비만 해도 그래요. 예를 들어 IT 기업을 생각해 보면, 서버가 과열로 다운될 경우 데이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서버에 냉각을 해야 합니다.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가게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냉각을 하지 않으면 신선식품은 여름 날씨에 즉시 상해 버리고, 이 경우 매출에 손실을 보게 됩니다. 또 매장을 방문한 손님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 서비스업을 하는 가게에서도 에어컨을 사용합니다. 거대한 기계가 과열되는 곳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렇듯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은 특히 여름에 급증하게 됩니다.
모두가 전기를 아끼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폭염, 혹한을 겪으면서 공공기관의 냉방 온도를 제한하고, 사무실 불 절반 끄기 운동을 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전력예비율도 많이 낮은 상태였습니다. 간헐적 정전을 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만큼
우리나라는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시간당 405억 kW를 생산하고 있지요.
원자력 발전이 우리나라의 전력 발전량 중 차지하는 부분은 약 30%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화력발전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화력발전, 즉 불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원료가 많이 들어가고,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사람들이 꼽는 주원인입니다. 이에 비해 원자력 발전은 누출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초기 건설비용이 비싼 편이지만 연료비가 월등히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되는 만큼 과학 및 관련 사업의 발전을 도우며,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의 뛰어남은 세계에 수출되는 것으로 여러 번 증명된 바 있습니다.
전기라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자원입니다. 테슬라와 에디슨에 의해 전기라는 것이 발견된 것은 19세기입니다. 우리는 그로부터 150년가량 훗날을 살고 있고, 그때에 비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곳에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 에디슨이 서울의 야경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마 심장마비로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에디슨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또 전기로 돌아가는 제세동기를 사용하겠죠.
당장 전기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우리는 기나긴 밤을 암흑 속에서 보내야 하겠고요.
전기가 흥미로운 다른 이유는 ‘저장이 불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장작을 때기 위해 나무를 모으고, 마시기 위해 물을 모을 수는 있지만 전기를 한 공간에 오랫동안 저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전기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도 전기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먹는 것에 손과 입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사용하고 동시에 음식으로 에너지를 섭취하듯, 모든 전기가 사라지면 발전소 역시 중단되게 됩니다. 그래서 발전소라는 곳은 쉬지 않고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화력, 수력, 원자력 외에도 여러 가지 에너지 자원을 이용한 발전이 시도되고 있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이웃 나라에서 비상전력을 공급받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방법들이 많습니다.
원자력 발전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원자력 발전이 완벽하다면 우리는 더 나은, 더 안전한 발전소를 짓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반대하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기존 모든 것의 약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원자력 발전은 ‘더 나은 원자력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연구실에 불을 켜고 있고,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탐구하는 사람들의 연구실에도 불을 켜고 있습니다. 아마 인류사에 더 이상의 발전이 필요 없는 완벽한 자원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더 나은 자원을 찾기 위해서도 전기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원자력 발전소라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울진에는 해양과학연구소가 있습니다. 독도와 울릉도에 인접해 있고, 바다의 수온과 해류와 해양생태계를 탐구하는 곳입니다. 일전에 예술인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해양과학연구소에 가게 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해양과학의 재미도 있었지만, 연구소 숙소에서 백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해안에서 또렷하게 바라다보이던 원자력발전소 건물이었습니다. 둥그런 반구형 콘크리트 지붕을 처음 본 저는 그 건물도 해양과학 연구소의 부속건물인 줄 알았습니다. 연구원에게 여쭈어 보니 ‘저건 원자력 발전소예요. 해안을 따라서 걷다 보면 걸어서도 도착할 수 있을 걸요?’ 라는 말을 듣고 한참이나 그 둥근 지붕들을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원자력 발전소와 가까운 곳에서 연구하면 무섭지 않으냐는 제 질문이 연구원들에게는 퍽 우습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의 해안은 아주 캄캄했고,
동해여서 그런지 멀리서 배의 불빛이 번쩍였고, 발전소 건물들은 아주 조용하게 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등 뒤의 숙소에서 새어나오는 형광등을 밝히고 있는 전기가 저기 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신기한 기분마저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름답다기보단, 글쎄요, 참으로 과학적인 풍경이었지요.
한낮 기온이 25도를 웃돌고 해가 진 후 방 안 실내 온도계는 여전히 32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좁은 방 안에서도 선풍기든 에어컨이든 냉방기기를 틀지 않으면 익어버릴 것 같고, 냉장고에 넣지 않은 음식들이 빠르게 상하는 여름입니다. 게다가 이 폭염은 9월까지도 지속될 것 같다는 뉴스가 자주 들립니다. 1994년 대구가 아직까지는 현재의 서울보다 더웠다고 하지만, 그 기록도 깨질 것처럼 밖에 나가기가 무서운 날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전력발전의 30%를 담당하는 원자력 발전을 없애자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지요.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지금 여기’보다 나은 ‘언젠가의 어디’를 상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자기 마음속에 유토피아를 품고 삽니다. 누군가의 마음 안에는 냉방이 필요 없는 쾌적한, 일 년 내내 20도 내외를 유지하는 세계가 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유토피아가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 다른 세계를 상상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유토피아를 현실로 데려오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전기를 쓰고, 저는 지금 전기로 돌아가는 컴퓨터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아주 안전한 세상이 오거나, 원자력보다 더 나은 세상이 오거나 그것이 지금 당장은 아닐 겁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원자력 발전이 조금 더 힘을 내어, 우리를 환하게 비춰 주기를 바라는 것뿐이겠지요. 폭염으로 2주간 1천 명이 응급실을 찾았다고 합니다. 모두가 이번 여름 무사히 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전삼혜 필진
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