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은 원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는 원자력 관련단체나 연구원들뿐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원전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가운데 지역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0여년간 프랑스에서 거주했던 신용호
교수(불문학)는 원전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수용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프랑스 페센하임 원전 앞에서 주민
수백여 명이 원전폐쇄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약 2300명이 살고 있는 페센하임시 주민의
90%가 원전의 계속 운전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페센하임시와 인접한 알자스 지방 원전 찬성
여론도 66%에 달했다.
당시 리틀레르
티에리 페센하임 지역자치의장은 “원전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여러
이익과 혜택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자 한다”며 “화석연료보다 원전이 더 환경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소신을 밝힌바
있다.
[ 투명한 정보공개로 원전 가치 공유
]
실제로 프랑스인들의
원전 수용성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프랑스 원자력안전관리청(ASN)이 매년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하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프랑스 국민 신뢰도 설문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신뢰도는 절반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를 계기로 과반수의
찬성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1996년 이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는 30%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평균보다 한참
높은 신뢰도 수준이다.
이처럼 프랑스가
전국에 19개 원전 58기의 원자로를 운용할 수 있었던 비결은
40년 동안 쌓아온 신뢰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프랑스의 모든 원자력 관련 시설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프랑스 원전안전관리청(ASN)은 전국 58개 원자로에 100억유로를 들여 시설보완과 각종 안전검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검사 이후에도 전문 검사관들을 구성해
연간 2000회 이상의 상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검사에서 밝혀진 개선점을 프랑스
전력공사(EDF)에 통보하고 그 내용을 모두 공개해 투명한
원전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정보공개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한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결과
1999년 12월 폭풍우로 서남부에 위치한 블레예 발전소
내부에 물이 들어왔을 때 시민들은 정부의 대처와 복구를 믿고 지켜보았다. 냉각수에서 작은 이물질이 발견돼 원전 운전이
멈추는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운전중단 이유에 대한 발표를 신뢰하고 재가동을 차분히 기다릴 정도라는 전언이다.
신 교수는
“프랑스인들이 원전에 찬성하는 것은 단지 싼
전기가격 때문은 아니”라며 “원전 가동에 따른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을 한 덕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역민을 우선고용하고 원전의 온배수를 주변
농경지에 공급하는 등 지역과의 상생활동을 통해 별도의 특별한 금전적 지원책 없이도 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원전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의 경우 반핵이나 환경단체들의
원전반대가 거세지만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확한 정보 공개로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조달업무 혁신으로 안전성
UP↑]
투명한 부품조달의 투명성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프랑스 원전조달시장은 크게 원전운영 분야의
EDF, 원전 건설 및 제조분야의
아레바(Areva) 등 두개의 공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을 포함한
부품공급업체로 구성돼 있으며 EDF와 아레바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계약내용은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마크 푸마데르(Marc Poumadere) 인스티튜트 심로그 드
프랑스(Institut Symlog de France) 소장은 “프랑스 원전조달시장은 투명성
확보, 부패방지, 안전문화 확립 등이 강조되고
있다”며 “프랑스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인
ASN은 아레바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2013년 10회에 걸쳐 조사를 실시하는 등 원전조달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사례는
원전에 전력 수급을 상당부분 의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민의
반발로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이면에는 원자력의 안전성과
같은 기술적인 요소 이전에 상호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지역민들에게 신뢰감을 충분히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의 원전이 안전하다는 근거를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로부터 보듯, 지역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신뢰에 기반한
합의를 이끌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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